=허니문 아고라 연재물에서는 다양한 결혼과 허니문 관련 정보들을 제공해 드립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되시기를 바랍니다.

[허니문 아고라 세계 결혼 풍속도 이탈리아 편 下]

바다와 결혼식을 하는 도시(당시 도시국가)가 있었다. 베네치아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매개체로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살자고 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다와 결혼'은 베네치아공화국이 해상패권을 상징하는 대외과시 의식이다.

이 의례는 1000년 무렵 도제(지도자) 피레트로 오르세 올로2세가 달마티아를 정복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매년 주님의 승천 대축일에 도제가 탄 배를 앞세워 행렬이 리도 섬으로 출발, 결혼식을 진행했다. 도제는 바다에 반지를 던지며 '나는 너와 결혼을 하노라!'라고 선언하면 결혼식을 시작과 동시에 마쳐졌다.

베네치아 판 용왕제 인 것이다. 바다와 숙명적 운명체에서 자연과의 우호관계를 비는 제례로 보인다. 1311년부터는 의식용 선박인 부친토로가 건조되어 의식을 깍듯하게 거행했다. 하지만 베네치아공화국이 멸망하자 부친토로는 파괴됐다.

'바다와 결혼식' 기념은 현재도 주님승천대축제일에 재현됐다. 베네치아를 사랑했던 문화예술가들도 많다. 소설가 스탕달은 "베네치아에서는 모든것이 화려하다"했으며 시인 바이런은 "삶의 기쁨에 넘치는 내 푸른 환상의 섬"이라고 경탄했다.

사상가 루소는 "사랑의 뮤즈를 만나다"라고 감탄을 연발했으며 시인 및 극작가 괴테는 "나는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다"고 여행의 기쁨을 토로했다. 또한 극작가 골도니도 "곤돌라! 곤돌라! 좁은 뱃전위에 팔을 얹고 나의 마음이 지치도록 헤맨다"며 그가 태어난 조극 베네치아지만 언제 봐도 가슴이 뛴다는 표현이다.

그렇다 베네치아는 사랑과 낭만이 무지개빛깔처럼 피어나는 도시다. 수로와 다리, 그리고 곤돌라는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삼위일체의 아름다운 도시다. 부연이 필요 없는 버킷리스트에 들어가는 아름답고 신비스런 도시라고 하겠다.

이런 도시에서 결혼은 낭만적이고 지상 최고의 멋있는 생애에 의미 있는 예식이 될 것이다.

특히 신혼부부의 결혼은 벅찬 삶의 환희를 안겨 줄 것이다. 베네치아도 도시환경만이 특별한 건 아니다.

결혼풍습도 남다르다. 도시가 바다와 결혼을 했으니 얼마나 현실적이고 숙명적인 관계일까?

남과 녀 사이라면 떨어지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면리지 관계란 것이 딱 맞는 표현이다.

베네치아 결혼식이 그것이다. 18세기 베네치아 결혼은 남자는 혼인이 일단 결정되면 약속한 시간마다 미래 신부가 사는집 창밑을 지나면서 사랑의 인사(일종의 소야곡: 세레나데)를 한다. 혼례식을 앞둔 남자의 어머니는 미래 며느리에게 진주목거리를 선물로 주었다. 당시 두가문의 인연을 집안에서 행하는 성대한 피로연으로 기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때 저택의 가장 큰 거실에 실크, 칼, 그리고 각종 보석 등 사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물품들이 공개되어 하객들과 혼인의 성대함을 자축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신부는 은실로 수를 놓고 가슴에 보석과 레이스가 달린 눈부신 의상을 입고 하객들 앞에 나타난다. 예식의 주관자인 신부는 다마스커스 실크(붉은 바탕의 단색실크)로 목 부분이 넓게 열린 망토를 멋지게 입고 천사같이 아름다운 신부의 손을 잡고 인도했다. 재단 앞에 도착한 신부는 벨벳의 방석에 무릎을 굽혀 부모와 친척들의 축복을 받았다.

가족들의 축복이 끝나면 신부는 새색시를 중앙의 거실로 안내하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랑의 손에 인도하며 사제의 축복을 받도록 했다.

이때 두 남녀는 최초로 뜨거운 키스를 하면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음악에 맞춰 신부는 함께 혹은 혼자서 춤을 추면서 늦은 밤까지 평생의 추억을 쌓았다. 싱글의 마지막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관습도 변하여 예식에 초대받은 부인들의 드레스가 검은색 실크의상을 입었는데 차츰 화려한 색상의 손님맞이 의상으로 교체됐다. 신부의 의상도 그 취향이 바뀌었다 보석이 달렸거나 진주로 장식된 흰백색의 의상이 점차 대중화되어 갔다.

베네치아귀족들은 이처럼 호화로운 결혼식으로 새 출발하는 젊은 남녀를 축복해 주었다. 바다 위의 도시국가 베네치아공화국은 8세기서 18세기까지 1천년동안 영화를 누렸다. 바다와 결혼하여 물 위에 왕국을 건설하여 오늘날도 신혼부부는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버킷리스트 한곳으로 꼽히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글: 함동규 허니타임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