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역사의 나라, 신의 중심 세계에서 인간중심의 삶으로 르네상스가 일어난 나라, 한해 4,700만 명(2013년 기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등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 도시다. 이탈리아에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음은 역사탐방을 겸한 세계적인 명품들을 쇼핑할 수 있기 때문이다. 4,700만 명 중에 우리나라 관광객, 특히 신혼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사랑과 꿈을 키우는 허니문 커플들이 오늘도 여행의 전설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엔 세속결혼식과 교회 혼이 공존하고 있다. 세속결혼은 예식과 더불어 관공서에 서류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며 교회 혼은 신부가 주관하여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무와 권리를 서약하는 엄숙한 예식이다. 이탈리아 종교는 전 국민의 80%가 기독교이며 20%는 기타에 속한다. 이 같은 종교분포로 종교 혼이 대부분이다.

종교 혼은 들러리소녀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신부는 부친의 팔을 잡고 뜰을 지나 식장에 입장한다. 신랑은 양가의 부모, 증인, 형제, 삼촌,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신부의 뒤를 따른다. 이때 남자들은 오른쪽에, 여자들은 왼쪽 자리에 앉는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신부의 아버지는 친부의 권한을 넘겨주는 과거의 전통에 따라 딸을 사위의 손에 넘겨주고 악수를 나눈 후 왼쪽 첫 번째 자리에 앉는다. 이 같은 종교 혼은 서약, 혼인예식, 반지교환, 그리고 신부의 축복(축사)으로 끝낸다. 신부는 혼례식 내내 신랑의 왼편에 선다. 남자는 위급한 상황에도 왼팔로 여자를 보호하고 오른손으로 칼을 뽑아 정의와 사랑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화려한 면사포는 고대에서 남자가 아내를 삼기 위해 여자를 납치할대 얼굴을 가렸던 보자기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어로 신혼여행을 루나 디 미엘라로 ‘꿀의 달’이라고 한다. 이 또한 신혼초기에 신부를 납치하며 아내로 삼은 신랑이 꿀을 마시며 야밤에 도망했던 전통에 기인했다는 설(說) 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어로 혼인(matrimonio)은 라틴어 마트리모니움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원은 마테르-트리스 즉 어머니를 뜻한다. 이것은 이탈리아 역사에서 결혼이 딸 혹은 아내보다는 가족과 가문의 합법적인 상속자를 낳아 키우는 모성의 이미지를 우선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15세기 소위 인간중심의 시대인 르네상스를 맞아 이탈리아는 상전벽해의 변화가 되었다. 오늘날 이탈리아 여성들은 자유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르네상스가 낳은 역사적 산물이다.

혼인의 경제적 관점과 아내의 모성애를 강조하는 혼인관은 절대주의 시대 귀족들 중심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왕들도 부인에 충실하려는 태도는 어리석은 짓이며 애인을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란 말을 서슴 치 않았다.

이탈리아 역사에서 ‘애인이 부인보다’, ‘어머니가 아내보다’ 우선하는 경향은 자신에게는 애인이 자식과 가문의 번영에는 어머니로서의 아내가 필요하다는 남성중심 사화의 대표적 문화코드로 집약됐다.

한편 중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회계층의 분화 및 신분변화는 11세기 농업혁명과 무역활동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한 상업혁명 그리고 정치 환경의 변화로 급속한 변화가 되었다. 그 결과 중·하층 특히 신흥 부르주아들의 결혼에 대한 지배계층의 완고함에 정면으로 저항, 결혼 당사자들의 사랑을 가문들의 이해관계에 앞서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기 시작됐다. 이러한 사랑지상주의는 낭만주의 확산으로 더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문화예술인들도 적극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탈리아 일부에선 예전의 사회, 경제적 여건, 종교, 정치적 등이 평생 반려자 선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탈리아의 결혼 풍속도는 당사자의 자유가 강물처럼 넘쳐 흐리고 있다.

이제 여성들도 과거 어느 시대 보다 변화된 사회 환경에 걸맞게 독립적 지위를 희망하는 추세다, 또한 자식에 모든 것을 헌신하는 모성의 가정에 안주하기보다 사회활동으로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확인하려는 대세다.

극소수의 젊은 연인들이 정식 결혼을 뒤로 미룬 채 동거하는 커플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이 결혼을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날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결혼을 부나비가 순간의 섬광처럼 빛나는 이벤트성 퍼포먼스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생애에 단 한번뿐인 대사(大事)란 데에 있다. 그 같은 진리는 동서고금에 변질되거나 폄훼되지 않는 결혼풍속도다.

=함동규 허니타임즈 편집국장